#14 컨셉에 관한 책 여덟 권
컨셉, 기획, 편집에 대한 책들
컨셉 찾기, 카피 만들기에 관계된 신간은 웬만하면 읽어 보려고 합니다. 이런 책들은 주로 점심 시간에 회사에서 읽는데 잘 어울려요. 이번 글에서는 지난 다섯 달 동안 읽은 책 여덟 권을 짧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런 제목 어때요?>, 최은경 (지음), 루아크, 2024.
저자는 오마이뉴스에서 편집기자로 오래 일했습니다. 편집기자는 기자 중에서 기사를 고치고 제목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오마이뉴스는 온라인 언론이고, 시민이 기사를 쓰고 게재하는 활동이 활발한 곳이죠. 그래서 이런 책을 쓰기에 적절한 경험을 오래 쌓았습니다.
이 책은 제목과 부제를 보고 책 소개를 읽은 뒤 별 고민 없이 샀습니다. 제가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책에 새로운 원칙이나 특별한 요령이 나오지는 않아요. 하지만 책에 예로 나오는 기사 제목들을 보고 나면, 눈길을 끄고 흥미를 돋우는 제목에 대한 감각이 약간은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떻게 팔지 막막할 때 읽는 카피책>, 톰 올브라이튼 (지음), 정윤미 (옮김), 비즈니스북스, 2024.
이 책의 핵심 개념은 ‘베네핏’입니다. 저는 이 단어를 가치로 이해했어요. 소비자, 구매자, 독자가 얻는 가치. 아래 첫 번째 구절은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기본 전제 같은 것이에요. 카피를 쓸 때 가장 먼저 써야 하는 카피가 베네핏을 정직하게 제시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 따라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고객에게 그들이 어떤 베네핏을 얻을 수 있는지 제시하는 것이다. 36쪽
리더를 이해할 때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은 그들의 ‘해결과제’이다. 56쪽
(카피 쓰기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제품의 이름과 기능, 역할을 언급하는 것이다. ‘[제품명]은 [행동]에 도움이 되는 [제품에 대한 설명]이다.’ 84쪽
미국 책답게 길고 두꺼워요. 조금 지루했지만 도움이 되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카피 책을 두세 권 정도 읽은 다음에 읽으면 좋은 책이에요.
<카피의 격>, 사카모토 와카 (지음), 이미정 (옮김), 한빛비즈, 2024.
“가자, 동북으로.” 2016년 후쿠시마 지진 이후, 일본 동북 지역 지방자치단체에서 내건 여행 광고 카피입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이 책은 이 카피를 만든 카피라이터가 쓴 책입니다.
다른 컨셉 책 카피 책과 조금 달라요. 방법 몇 가지, 요령 몇 가지를 제시하지 않고 마음가짐과 태도를 강조합니다. 그래서 초반부를 읽고 ‘그만 읽을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배울 게 하나는 있겠지 하는 마음에 읽었는데, 조금 감동적이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구절.
나는 “왜 평범하면 안 되나요?” 하고 묻고 싶다.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을 ‘바른 언어’로 표현한 그 한 마디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 평범함에는 진실함, 성실함, 진지한 태도가 담겨 있다. 우선은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118쪽
저자는 말합니다. “상품도 서비스도 회사도, 나 자신에게도 전하고 싶은 좋은 점”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카피에 담으라는 것. 가장 마지막에 읽으면 좋은 책 같아요.
<돈을 사랑한 편집자들>, 이경희 허주현 (지음), 위즈덤하우스, 2022.
컨셉과 카피가 대단하지만, 내용이 많이 아쉽습니다. 대형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기획하고 편집한 편집자 두 사람이 함께 회사를 만들기까지, 개인적인 재테크 경험과 편집 경험을 담은 책이에요. 편집자로서 저에게 도움이 되었던 내용은 아래 구절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에세이를 펴내 왔는데, 그때까지는 에스엔에스 작가의 에세이를 출간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처음 에스엔에스 채널을 위주로 집필 활동을 하는 작가를 섭외하고 출간에 이르렀을 때 분위기는 반신반의였다. 그렇게 <모든 순간이 너였다>의 출간 이후, 54쪽
이어지는 내용이 짐작되죠? 한 가지 배움을 얻었어요. 남들이 반신반의하는 책을 기획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한 줄 카피>, 정규영 (지음), 포르체, 2024.
1부에서 일본의 좋은 카피를 소개하고, 2부에서 카피와 그에 대한 에세이를 담은 책입니다. 컨셉이 조금 애매해요. 차라리 <무조건 팔리는 카피 단어장> 같은 책이면 좋지 않았을까 싶고요. 그래서인지 판매도 썩 좋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 소개되는 카피 중에 대단한 게 많았습니다. 몇 가지만 소개할게요. 이런 카피 수십 가지가 담긴 책이어서 한 번 읽어 보기를 추천합니다.
“도시는 인간이 만들고 / 시골은 신이 만든다.”
- 도야마현 난토시 관광 홍보 포스터
“인류는 달에 가서도 영어르 말한다. / <어린이 영어 회화 교실>”
- STA 잉글리쉬 리더 포스터(2012)
“어떤 꿈도 / 수첩에 적으면 계획이 된다.”
- 일본능률협회 능률수첩 신문 광고 (2012)
<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 간다>, 미시마 쿠니히로 (지음), 박동섭 (옮김), 유유, 2024.
일본에 미시마샤라는 출판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 출판사의 대표님이 쓴 책이에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로 많은 구독 독자를 가진 곳이고요. 출판사의 사업 모델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읽어 볼 만한 책이겠죠.
저자의 사업 철학은 요약하면 이것인데요. ‘우리가 재밌는 책을 혼을 담아 만든다.’ 저는 여기서 ‘우리’라는 주어가 마음에 걸렸어요. 직원이 사장의 우리가 될 수 있을까? 이내 깨달았습니다. 안 되는 일이니까 직원들이 퇴사했겠지?
<컨셉 라이팅>, 노윤주 (지음), 북스톤, 2024년.
저자는 카피라이터로 오래 일하고 강의를 오래 해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 강의의 구성과 상황을 가지고 책을 썼어요. 컨셉을 잘 구현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컨셉 잡기, 카피 쓰기에 관련해서 저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었어요. 몰랐던 사실을 몇 가지 알게 되긴 했고요. 예를 들어 이런 것?
아무리 새로운 브랜드라 해도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카테고리 속성 또는 업태라고도 하는데요. 우리 브랜드가 속한 카테고리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기본 가치라 할 수 있죠. 스마트폰이라면 ‘디자인’, ‘혁신’, 화장품이라면 ‘아름다움’, ‘무해함’, 탄산음료라면 ‘짜릿함’, ‘시원함’ 같은 것이 되겠네요. 50쪽
<컨셉 수업>, 호소다 다카히로 (지음), 지소연 권희주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24년.
베스트셀러였던 책이에요. ‘컨셉 수업’이라는 컨셉이 아주 훌륭한 것 같아요. 수업답게 여러 가지를 고르게 다루는 책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 가지 핵심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위에서 소개한 <카피의 격>, 예전에 소개한 <발상의 회로>가 더 좋은 책 같아요.
이런 구절은 인상적이었는데요. 기획자는 사람들의 욕구, 니즈를 발견하고 그것을 상품으로 해결하는 사람인데, 그 욕구 중에서도 ‘아직 충족되지 않은 숨겨진 욕구’를 찾으라는 조언입니다.
우리가 포착해야 할 인사이트는 ‘공감’과 ‘발견’을 모두 갖추어 “듣고 보니 그러네!”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말이어야 합니다. 모두가 오래전부터 알아차렸으나 아무도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 … 인사이트는 상반된 감정을 일으키는 갈등 속에 존재합니다. ‘A이지만 B’가 인사이트를 포착하는 기본 구문입니다. 144쪽
이런 상황을 예로 들어요. “식사 준비에 품을 많이 들이고 싶진 않다, 하지만 부실하게 먹고 싶지는 않다.” 감이 오시죠?










좋은 내용 넘 감사드려요!
저 미국책 전에 어떤 책을 두어 권 읽고 읽으면 좋을까요???
저 책은 도서관에 대기 걸어놔야겠어요!